본문 바로가기
alzy.kr
개발일지

게임판에서 하늘을 지운 날 — 움직이는 연출을 내린 이유

탐라 게임판 위에 하늘을 한 겹 얹은 적이 있습니다. 반투명한 구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흐르고, 갈매기 두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비스듬히 가로지르고, 등대를 누르면 불빛이 한 바퀴 돕니다. CSS에는 "투명도를 낮춰서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주석까지 제 손으로 달아 두었습니다. 결국 그걸 전부 지웠습니다. 그날 변경은 파일 두 개에서 백서른 줄 남짓을 지우고 두 줄을 더한 것이 전부입니다. 작업 자체는 작았는데, 남은 것은 기준 쪽이었습니다. 무엇을 넣었고, 무엇을 봤고, 무엇을 남겼는지 순서대로 적어 둡니다.

작성일: 2026-06-14

게임판 위를 살아 있게 만들고 싶었다

넣은 것은 세 가지입니다. 구름은 셋, 높이도 크기도 속도도 다르게 해서 한 번 가로지르는 데 각각 서른네 초·마흔여섯 초·마흔 초가 걸리게 했습니다. 투명도는 0.16에서 0.2 사이로 낮추고 양쪽 끝에서는 서서히 사라지게 해서, 판 모서리에 구름이 덩그러니 떠 있는 어색함을 없앴습니다. 갈매기는 둘, 스물여섯 초와 서른 초. 가로지르는 움직임은 부모 쪽 애니메이션에, 날갯짓은 자식 쪽 애니메이션에 나눠 붙여서 날아가는 동안 날개가 오르내리게 했습니다. 등대는 누르면 불빛이 1.4초 동안 한 바퀴 돌고 사라지는, 눌러 볼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하늘은 SVG의 맨 끝에 놓았습니다. 타일보다 나중에 그려지니 섬 위를 지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신 클릭을 가로채지 않도록 레이어 전체를 포인터 이벤트에서 빼 두었고, 움직임 줄이기 설정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멈추게 해 뒀습니다. 무대가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니 판 위 하늘도 조금은 살아 있으면 좋겠다 — 넣을 때의 이유는 그것뿐이었고, 기술적으로 잘못된 데는 없었습니다.

직접 보고 나서 판단이 뒤집혔다

확인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움직이는 화면을 여러 프레임으로 찍어 늘어놓고 봤습니다. 거기서 알게 된 건 갈매기가 새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크기와 그 옅기로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은 새가 아니라 얼룩이나 잔상처럼 보입니다. 화면에 뭐가 묻었나 싶어 눈이 멈추는 순간, 연출로서는 이미 실패입니다.

구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다 위를 지날 때는 괜찮다가도 타일 위로 들어서는 순간 자원 그림과 숫자를 덮는 노이즈가 됩니다. 등대 불빛은 더 분명했습니다. 판은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인데 불빛만 옆에서 비춥니다. 시점이 맞지 않으니 한 바퀴 돌 때마다 어긋남이 더 드러났습니다. 코드가 의도대로 도는 것과 화면에서 제대로 보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찍어 놓은 화면이 알려 줬습니다.

지운 것과 남긴 것

지운 것은 구름, 갈매기와 날갯짓, 등대 불빛 — 이 세 가지 애니메이션 정의와 게임판 쪽 하늘 레이어입니다. 불빛을 한 바퀴 돌리려고만 들고 있던 상태값도 같이 필요 없어졌습니다. 파일 두 개에서 백서른한 줄을 지우고 두 줄을 더했으니, 사실상 원래 구성으로 되돌린 셈입니다.

남긴 것도 있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등대와 그 아래 현무암 암초, 그리고 바다의 물결 링입니다. 셋 다 움직이지 않거나, 움직여도 판 바깥쪽에 있는 것들입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보고 싶을 때만 보면 됩니다. 시선을 제멋대로 끌어가지만 않는다면 섬다움을 더하는 정도로는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남기는 기준은 "예쁜가"가 아니라 "판을 읽는 데 방해가 되는가"였습니다.

연출을 옮겨 놓은 자리

움직이는 연출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버리지 않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하르방, 구름, 해와 달, 돛단배 — 살아 있는 그림은 로그인 화면에 모아 두었습니다. 그쪽의 해와 달은 장식이 아니라 실제 시각과 연동되어 있고, 위치가 1분마다 갱신됩니다. 밤에 들어오면 밤하늘이 뜹니다.

같은 연출이 로그인 화면에서는 성립하는 이유는, 거기엔 읽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어야 할 말도 없고 다음에 누를 자리를 찾을 일도 없습니다. 움직임 자체가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게임판은 어느 숫자의 타일인지, 누구의 길인지, 어디에 지을 수 있는지 — 화면 대부분이 읽으라고 있는 정보입니다. 같은 구름이라도 놓는 자리가 바뀌면 의미가 반대가 됩니다.

남은 기준

첫째, 게임판 위에서 움직여도 되는 것은 정보를 가진 것뿐이라는 선을 그었습니다. 차례가 넘어갔다는 것, 무엇이 바뀌었다는 것, 누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 — 그중 아무것도 전하지 않는 움직임은 노이즈라고 보게 됐습니다.

둘째, 제 눈으로, 그것도 여러 프레임으로 볼 때까지는 판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석을 달아 둔 사람이 저였고, 그 판단이 틀렸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지는 화면에 무엇이 보이는지의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셋째, 지우는 걸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백서른한 줄을 지우고 두 줄을 더한 변경이, 기능을 더한 날보다 나은 날도 있습니다. 그 뒤로는 판에 무언가를 더하고 싶어지면 먼저 찍어서 늘어놓고, 그다음에 정합니다.

탐라(TAMNA)